화학과 영진

내 아들 영진에게

 

영진아!

엄마가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게 san 오랜만이라 이 글을 받아볼 너 역시도 좀 낯설지 않을까 싶다.

힘들었던 고3 1년……. 그리고 수능 이후 지난 석 달여 동안의 시간을 돌이켜보니 여러 생각이 스치는구나. 너에게 걸었던 기대가 너무 컸을까?

예상치 못했던 시험 결과 때문에 엄마도 아빠도 실망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 암담하기까지 했던 날들이 계속됐지. 별 내색은 안 해도 그동안 너 자신이 가장 힘들었을 거야. 졸업식 날조차도 환하게 웃지 못하던 모습이 안타깝게 떠오른다. 조금만 더 끝까지 집중해서 너의 모든 걸 쏟아 부었더라면 지금은 마음이 편했을까? 부모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가? 끊임없이 되물으며 한편 이런 게 부질없는 욕심이 아닌가……. 자책도 해본다.

며칠 전 여비대학과정에 다녀온 후 피곤한 기색도 없이 대학교가 참 마음에 든다면서 밝은 목소리로 얘기해주는 널 보고 엄마, 아빠도 적잖이 안심이 됐어. 화학과를 선택하길 잘한 것 같고, 거기서 만나본 선배, 친구들과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잖아. 다음 주면 기숙사로 들어가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생활하게 될 걸 생각하면, 여러 가지 걱정도 앞서지만 이제 너도 성인이고 네가 가진 장점을 잘 살려서 즐겁게 학교생활 하리라 믿는다. MBIT 검사지 결과에서 보듯 너는 다양한 일에 관심이 많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잖아. 앞으로 관심 둔 분야를 끝까지 파고드는 집중력과 인내심, 끝맺음, 정리능력을 기르도록 하면 뭐든 잘 할 수 있을 거야

충북대 출판부에서 “부모님의 편지가 담긴 한 권의 책”을 선물한다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엄마가 최근에 읽고 너도 한 번 읽어보면 참 좋겠다 생각한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이 이제 막 어른으로서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너에게 큰 용기와 소중한 울림을 주길 바라며…….

2013. 2. 18.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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