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세상은 옛날 사람들이 생각했던 세상처럼 단순하지가 않다. 불과 2~3백년전까지도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두루 볼 수
있었으며 자기들이 본 현상들을 거의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주 단순한 사고를 했던 시대였지만 이런 사고의 세계가 계속될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점차 지구상의 동식물들이 어디서 시작했으며, 어떻게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진행되어 왔는지를 묻기 시작하였다. 특히 지구에서 가장 복잡한
존재인 인간자신에 대해 묻기 시작하였으니, 우리는 언제, 어디서 왔는지? 우리들의 다양한 모습과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행위들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가? 등등을... 이런 의문에 대한 실마리는 인류학이란 학문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인류학anthropolgy이란 뜻은 고대 희랍어인
anthropus(=man;사람)와 logia(=study of ; 학)라는 두 개의 단어로 이루어졌는데, 16세기 전후에 유럽이외의 세계를
여행한 유럽사람들이 유럽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본 사람들의 외모라든지, 그들의 행위 및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기술들이 자신들과 다름을 알게
되고 이를 서술하면서 인류학이란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인류학의 한 분야인 생물인류학(체질인류학)은 진화를 바탕으로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를 포함한 영장류에 대한 생물학적 특정을 연구하는데, 특히 인류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분자단계에서 종의 단계까지 연구하는
학문으로 독자적인 종합적 연구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생물인류학에 관한 많은 자료와 연구업적은 이미 16세기의 유능한 해부학자였던 에드워드
타이슨 등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그는 이 때에 이미 사람의 몸과 유인원의 몸을 해부하여 직접 비교함으로써 이 분야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대 생물인류학의 직접적인 출발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1859)』부터 시작된다. 진화에 관한 다윈의 업적은 그 동안 강조되었던 여러 원리와 견해들을 괄목할 만하게 변화시켰다. 다윈
이전이나 이후에도 오랫동안 생물인류학자들의 연구는 인류를 ‘인종적 특정’ 에 따라 분류하는데 모아졌다. 그러나 과거에 인류에 관한 체질연구는
철저히 유럽 우월주의 입장에서 진행되었으며, 이에 편승하여 유럽의 식민주의는 인종의 형태에 따른 편견을 부추기며, 이를 해외로 전파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유럽사람들은 다른 종족을 연구할 때는 ‘과학’이란 말로 치장을 하였으며 이들은 유럽사람들에 비해 열등하다고 단정하였다. 지난
반세기 동안 발전한 유전학과 고동물학 및 동물행태학 등의 발달과 사회가치에 대한 변화 등에 힘입어 생물인류학자들의 인류의 다양성에 관한 이해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 생물인류학은 지금 살아있거나, 또는 절멸된 인류를 연구함으로써 인류가 환경에 어떻게 적응을 하며 진화해왔고,
또 진화해 갈 것인가를 중요 연구대상으로 한다. 이 책은 그 학문의 중요성에 비해 학계에 극히 생소한 학문인 생물인류학을 관련학과 대학원생과
일반대학생들에게 이해시키고자 쓰여졌다. 1992년에 처음으로 이 분야의 개론서를 『체질인류학』이란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하였을 때만 해도 이
분야에 관한 연구와 소개는 극히 미미하였다. 지난 10여년간 이 분야의 학문을 우리 학계에 소개하고 정착시키고자했으나 우리의 전반적인 학문
수준이 이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이 분야는 더욱 눈부시게 발전하였으며 최근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유전학의 성과에 힘입어 인류의 다양성이 집중적으로 연구되었고 90년대에 오면서 학계에서는 체질인류학 대신 생물인류학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지난 10여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국제학계의 새로운 연구를 접하면서 체질인류학을 개정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준비하던 중 기존의 체질인류학을 최근 학계의 경향에 맞추어 생물인류학으로 명칭을 바꾸고 그 내용을 대폭 보강하여 마무리를 할수
있었다.
내용은 지금까지 진행된 생물인류학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크게 4부로 나누고 영역에 따라 다시 세분화 하여 모두 14장으로
구성하였다. 제1부에서는 인류의 진화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소개하였다. 제2부에서는 영장류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3부에서는 3장으로
구성하여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기술하였다. 제4부는 4장으로 구성하여 인류의 다양성을 다루었고, 부록에서는 인류학적 조상방법을 소개하였다.
내용들은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많은 그림과 사진을 넣었으며 낱말들은 가능한 한 우리말 사용을 원칙으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