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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국과 미국의 자연시를 선별 번역한 시집이다. 이 시집을 통해서 독자들은 자연시를 읽는 즐거움과 함께 서구인들이 자연을 보는 관점들이 시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천해왔는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전례 없는 고도의 물질문명을 구가하는 한편 점점 더 자연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자연으로부터의 소외는 더 큰 정신적 빈곤함을 낳고 있다. 이 책은 자연시를 통하여 이러한 빈곤함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고 새로운 눈으로 자연의 가치를 재인식하려는 바람의 작은 결과물이다.
참고로 이 책에 번역 소개된 시들은 다음과 같은 자연관의 변천을 보여주고 있다.
르네상스와 신고전주의 시대는 자연이 무한한 매력과 신비의 대상이며 무한한 시적 상상력의 원천이었고,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자연이 인간이 돌아가야 할 정신적 고향이며 영혼의 치유자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 이르자 자연은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무한히 이용되고 개발되어야 할 자원으로 인식되면서 개발과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마침내 인간에 의한 본격적인 자연 파괴가 시작된다. 20세기 이후 화석연료를 토대로 하는 현대의 자동차 문명은 가장 반자연적이고 환경 파괴적인 문명을 정착시키며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현대의 자연 시인들은 자연이 인간과 더불어 지구에 공존 공생하는 형제임을 노래하며 자연에 대한 인간의 윤리를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