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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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인의 시각에서 그들이 남긴 문화를 본다는 것은 건축물의 경우, 그들은 그것을 왜 만들었는지, 왜 그곳에 세웠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회화의 경우에도 그런 그림을 왜 그렸는지, 그들에게 그 그림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그들의 입장
에서 문화를 보는 것이다. 또 청자나 백자는 색깔과 모양의 측면에서 당대의 음식문화와 어떻게 관련되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조
선시대 못은 왜 모두 사각형이며, 그곳에는 대부분 연꽃을 심었는지, 그것이 당대인들의 어떤 사고를 반영하고 있는지 등의 의문을
가지고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당대인의 시각에서 문화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누정문화를 감상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경회루(慶會樓)를 비롯한 루(樓)는 정자에 비해 규모가 크고 화려하며 이층집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반면에 정자(亭子)는 단층에 기둥과 지붕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누정은 기둥만 있고 벽이 없다. 왜 루(樓)와 정(亭)은
이렇게 다른 형태로 지어졌는지, 사람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정자는 왜 조선시대에 집중적으로 지어졌는지, 루(樓), 정(亭), 각
(閣), 대(臺), 재(齋), 헌(軒) 등은 각각 어떻게 다른지, 이와 같은 의문을 품고 누정을 보려고 할 때, 당대인의 시각에 좀 더 가까이 다
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남원의 광한루 삼척의 죽서루, 전남담양의 면앙정과 식영정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의문들을 풀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