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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삼국 시대의 역사적 성격은 골품제적인 사회에서 문벌귀족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로 넘어가는 전환기적인 사회였다. 전국적으로 군웅이 할거하면서 지방분권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므로 후삼국시대의 정치사회적인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것은 한국사의 큰 흐름에 있어서 전환기 사회의 한 특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사학계에서는 후삼국시대를 하나의 독립된 연구 영역으로 다루지 않고, 신라왕조에서 고려왕조로 넘어가는 왕조교체기 정도로 인식해 왔다. 다시 말하면 후삼국의 존재는 고려왕조의 성립을 위한 준비단계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따라서 후삼국시대를 흔히 ‘나말여초기’라 부르고 있으며, 지금까지 후삼국의 역사를 독립해서 다룬 단행본조차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후삼국사는 마땅히 독립된 시기구분 아래에서 독자적인 시대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관점에서 이 시대의 역사적 성격이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후삼국에 관한 연구 성과는 주로 후삼국 건국자들에 대해 개별적인 관심을 갖고 각각 독립사로 다루어 왔다. 이 책은 ‘나말여초’라는 관점에서 후삼국 시기를 파악하던 종래의 인식에서 탈피하여, 후삼국사를 하나의 독립된 역사시기로 파악하려는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인식 하에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 1장에서는 후삼국의 성립과정에 대해 서술하였다. 1절은 말기신라의 사회변동을 중앙 귀족의 분열과 지방사회의 동요라는 두 측면에서 개괄하고, 후삼국으로의 분열 과정을 검토하였다. 2절은 후백제의 성립과정을 서술하였다. 견훤의 출신 및 그가 초기 군사적 기반을 구축하게 되는 배경과 후백제의 건국 과정을 탐구한 것이다. 3절은 후고구려의 성립과정에 대해 서술하였다. 궁예의 출신 및 세력형성, 후고구려의 건국과정을 살폈다.
제 2장에서는 후삼국의 발전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1절은 후백제의 국가체제의 정비 및 지방의 통치유형을 살피고 호족연합정치에 대해 논술하고, 2절은 후고구려의 발전과정을 서술하되, 통치체제의 정비와 전제왕권의 확립 및 호족세력과의 연합에 대해 검토한 것이다.
제 3장에서는 후삼국의 대외관계를 서술한 것이다. 1절은 후백제의 대외관계를 신라․후고구려 및 고려․중국 및 일본 등으로 구분하여 살피고, 2절에서는 후고구려의 대외관계를 신라․후백제․중국과의 교류로 나누어 검토한 후 궁예의 대외인식도 함께 파악하였다.
제 4장에서는 후삼국의 종교와 사상을 탐구한 것이다. 1절은 불교사상을 변화 양상을 개괄한 뒤, 견훤과 궁예의 불교정책 및 사상을 검토하였다. 2절은 유교사상의 발전과정을 서술하고 후백제․후고구려의 유교 사상을, 3절은 후삼국시대 풍수 도참사상에 대해 탐구한 것이다.
제 5장에서는 후삼국의 몰락과정을 서술하였다. 1절은 후백제의 멸망과정을 왕실의 내분과 신검형제의 정변을 통해 살피고, 2절은 후고구려의 붕괴과정을 왕건 세력의 성장과 이에 대한 궁예와의 대립관계 속에서 파악한 것이다. 그리고 3절에서는 신라의 멸망과 그 원인을 검토하였다.
마지막 종장에서는 견훤․궁예․왕건에 대한 기왕의 역사적 평가와 이들 3인의 정치적 성격․이념의 차이 등을 서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