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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이념과잉, 진보의 정치빈곤》은 샹탈 무페의 경합적 다원주의 이론을 토대로 오늘날 한국의 정치 관념과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하고자 한다.
정치의 본령을 ‘우리’와 ‘그들’ 혹은 ‘친구’와 ‘대립자’ 사이의 구분과 대결에서 찾는 경합적 다원주의에 비추어 한국의 사회정치 담론 구조를 분석하는 작업은 최근 수년간 한국의 진보/좌파 진영을 지배해온 자유주의 정치 관념, 즉 ‘진영 논리’에 입각한 민주주의적 실천을 비판하고 진영 간 대립과 갈등 논리를 정치로부터 배제시킬 것을 요구하는 자유주의적 정치 관념(최장집, 2010)에 대한 중요한 비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보수/우파 세력으로의 정치권력 이행이 상당 부분 진보/좌파 진영 내의 정치에 대한 이러한 자유주의적 ‘반(反)정치’ 관념에 기인한 것임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의의를 가질 수 있다. 심지어, 그것은 오늘날 제1 야당의 정치적 무능과 무기력증이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를 ‘우리’와 ‘그들’ 사이의 분명한 대결로 만들어가지 못하는 진보/좌파 세력 전체의 이른바 ‘정치의 빈곤’에 따른 것임을 밝히는 일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경합적 다원주의의 사회정치 담론 구조 분석 작업은 최근의 보수/우파 담론 헤게모니 구축과 연이은 집권이 그들의 근본주의적 적대 정치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다. 이를 통해 그것은 보수/우파 세력이 지난 십 여 년 간 ‘우리’와 ‘그들’을 분명하게 구획하는 정치적 실천을 통해 집권에 성공하였지만, 반대파를 ‘대한민국 정체성 부정 집단’이나 ‘종북 세력’ 등의 극단으로 몰아가는 그들의 ‘이념 과잉’의 근본주의적 적대 정치가 민주적 대결 정치의 확대와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는 점을 밝히는 작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