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봉건 사회로부터 자본주의 사회로의 이행과정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테마일 것이다. 이 경우에 논리 전개상 반드시 봉건사회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과거 역사를 해석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 경제발전단계를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데에도, 나아가서는 앞으로의 사회 발전을 조망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 발전의 해석은 세계사적 발전 법칙을 염두에 두고 행해져야 하므로 왜냐하면, 세계사를 度外脱한 일국사의 해석은 과학적 태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세계사의 발전 법칙을 기본 좌표로 인지한 후에 일국사에 대한 인식이 이루어져야 그 나라의 역사적 위치가 분명해지는 것이고 이러한 역사적 위치의 확정 위에서 역사연구의 목적도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분석의 기초로서 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분석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근대화 과정이 현상적인 관심사로 등장하게 되면 전근대사회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즉 근대화를 “전통적 사회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제제대가 해체되고 그로부터 ‘근대사회(산업사회)’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대부분의 전통적 사회는 반드시 일정한 형태의 전근대적인 공동체를 토대로 하여 성립하고 있는 사회체제이므로 이 ‘근대화’ 속에는 이러한 공동체의 종국적인 해체 과정─물론 전근대적 공동체의 일 형태로부터 다른 형태로의 이행은 아니다─이 그 기초적 국면을 이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