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책은 집과 가족, 식구에 관한 이야기다. “집,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가족,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광고카피나 다큐멘터리 방송의 오프닝멘트 같다. 조금 다르게 묻자. “住居址—(옛) 집터—,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는 어떤가? 무엇과 같은지 언뜻 연상되지는 않지만 앞의 질문보다 머뭇거림 없이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考古學”이라고 말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韓國 靑銅器時代 家屋과 家族, 家口에 관한 考古學者의 이야기’다. 그런데 필자는 청동기시대 가옥은 물론이고, 가족이나 가구는 더더욱 본적이 없다. 住居址와 거기에서 나온 遺物은 많이 봤다. 고고학은 주거지를 발굴한다. 그러나 알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家口(household)’이고, ‘家族(family)’이고, ‘家庭(home)’이고, ‘家事(domestic activity)’이다. 그런데 일반의 인식 속에 고고학자는 그 주거지가 어느 시대 것이고, 문화적으로 어느 계통인지 등이나 밝히는 사람으로 비치고 있지는 않나 싶다. 정식으로 일반인에게 탐문한 것이 아니니 자신하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 고고학자 상당수가 실제로 그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좀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한국 청동기시대 사회의 이해에 ‘家口考古學(household archaeology)’이 주목하는 몇 가지 주제와 방법을 끌어드리면서, ‘우리가 배우고 가르쳤던 방향’으로 한국 고고학이 나아갈 수 있게 할 통로를 개척하는 시도이다.
좀 현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이 책은 “韓國 靑銅器時代 주거양상의 변화와 사회문화적 변화의 관계를 인간사회의 말단조직인 ‘家口’의 觀點에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方法論 및 理論的 摸索에서 출발한다.”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청동기시대이며, 어떻게 ‘가구’의 관점으로 청동기시대 사회를 설명하는 것이 유효하며, 또 어떻게 그런 작업이 소위 ‘우리가 배우고 가르치는’ 고고학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될 수 있을까?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나 ‘의미 얹기’가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