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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리들 자신의 삶의 이야기이다. 그런 까닭에 역사는 때때로 다분히 우연한 사건이나 전혀 우스꽝스러운 동기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다만, 역사는 그러한 요소 조차도 시간의 연속과 공간의 제약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올 말하고자 한다. 따라서 역사에서 우리들 자신은 독립된 개별체 라기보다는 사회의 산물이며, 문화의 총체이다. 그러므로 역사는 한번 지나가면 그만인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도 살아 숨쉬는 유기체와도 같다. 우리들 자신이 오늘의 기반 위에서 미래를 꿈꾸듯이 역사에서도 민족과 인류의 목적과 이상을 위해 지나온 과거에서 그 구성원의 잠재 능력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그런 까닭에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사건의 축적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치의 창조이며 희망의 신념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역사는 지식과 개념이기에 앞서 의식과 심상이며, 문자이거나 기록이라기보다는 인간을 위한 그 무엇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의 삶의 과정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근대사학이 20세기 초 일제 침략기의 암울한 시대에 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족적 존재 근거의 모색 뿐만 아니라 인류 문화에의 기여라는 보편적 가치도 결코 외면하지 않고 있었음은 스스로 자긍할 만한 일이라 할것이다. 이에 따라 독립운동은 민족의 자존을 회복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인류의 양심을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전개되었던 것이다. 반면에 일제의 식민사학은 반인도적 악의로 가득 찬, 따라서 언젠가는 스스로 자멸하지 않을 수 없는 광기의 산물이었다. 광복 이후 한국 사학계는 일제 식민사관의 허구성올 실중하면서 새로운 사회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민족사관의 정립을 위해 쉼없는 실천적 노력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 일제의 역사 왜곡을 대부분 극복하였으며, 60, 70년대 산업화 이후의 사회변화를 포괄하면서 21세기 세계화·정보화의 문명사적 전환기에 발맞춘 새로운 사관도 여러 모습으로 모색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80년대 후반부터는 역사를 대중화, 교양화하기 위한 노력도 상당부분 진전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