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내 아들 밤송이에게

 

새벽 일찍 예비대학에 참여 하고자 침낭과 배낭을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서는 너의 뒷모습에 엄만 순간 왈칵했단다. 학교의 반듯한 모범생 짧은 스포츠 머리가 귀여워 엄만 핸펀 카톡에 밤송이로 이름 붙여진 네가 처음으로 혼자서 긴 여행을 하는 날이었잖니.

수원에서 청주까지

요즘 세상에 절대 먼 거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겐, 너에겐 처음 겪는 혼자만의 설렘이었을 거다.

그동안 엄만 널 왜 그리 품에만 두고 살았을까?

 

많이 힘들었지?

5년간의 외국 생활로 너에겐 달콤한 추억도 누구보다 살진 경험도 풍부했지만 고 1 중반의 귀국으로 한국 교육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고맙게도 큰 어려움 없이 잘 해내어 주었구나.

2학년 때 예기치 못한 수술로 4개월 이상을 아픔과 불편으로 보내야 했을 땐 엄마 인생 최대의 위기였단다.

그저 내 아들이 건강해 질수만 있다면 하고 매일 기도했지. 우습다. 그 시간을 잘 보내고 나니 엄만 또 네게 좀 더 애써주길 바라며 3학년 내내 잔소리를 하고 말이다.

 

예비 대학에 가는 내내 카톡으로 중간 보로를 하고 도착한 학교가 아주 맘에 든다며 배정받은 기숙사 사진까지 보내주는 달콤한 내 아들아.

이제 네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또 다시 시작하는 거다.

아주 오랫동안 원하던 건축학도가 되었으니 네 꿈을 펼치지 위한 한 발을 내딛기 위해 노력해 보거라. 언젠가 네가 존경하는 김수근씨 처럼 되어 있지 않겠니?

매일 저녁 네가 해주던 ‘굳나잇, 엄마 사랑해요.’ 하는 인사는 받을 수 없어 섭섭하지만 이제 든든하고 믿음직한 형근이를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엄마가 되었다는 게 고맙고 감사하다. 늘 건강하고 사랑한다, 무지무지.

 

2012년 2월 15일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