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은

고은에게

오늘 예비대학에 데려다 주고 와서 이 편지를 쓴다. ‘아빠’하고 손 흔들며 첫 대학생활을 접하려고 기숙사에 들어가는 환한 너의 모습에서 치열하고도 아름다울 너의 20대가 보이는 것 같다. 아빠는 학교 가는 내내 너에게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구나, 기쁘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내 마음의 반증이지 않을까?

자신감 상실과 미래 불안감으로 온통 힘들어 했던 아빠의 대학 초년 시절이 생각난다. 늘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진로? 전공? 스펙? 무의미한 현실, 상대적 비교……. 등등, 대학 생활 내내 하루도 편히 불 끄고 잠을 자지 못했던 내 젊음의 시간이 너에게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내가 모르는 고민과 방황이 너에게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것을 잘 이겨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무거운 마음이 든 거란다.

지금 되돌아보면 20대의 고민과 방황은 필연적이었다. 충분히 고민하고 방황해야했다. 그러나 고민과 방황에 짓눌리지는 않았다. 아빠는 그랬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노하우는 인내와 몰두였다. 자신감이 줄어들수록, 불안감이 커질수록 그 만큼 더 내가 해야 할 일에 온 힘을 다해 몰두하고 견뎌내면 그만큼 자신감은 커지고 불안감은 줄어들었다.

너에겐 목표가 무엇이든 분명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 대학은 미래의 나를 준비하는 새로운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시작점이 앞에 있든, 뒤에 있든 결국은 목적지에 닿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이다. 목적지에 닿기 위해서는 먼저 첫걸음을 내딛는 용기가 중요하다.

가보지 않은 길에 첫 걸음을 주저하지 마라. 가보다 아니면 되돌아가면 그만이다. 그것이 너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희망인 것이다.

앵그리버드가 없으니 집이 허전한 느낌이 든다. 모레 오후면 집에 오겠지, 금동이, 막둥이가 언니를 무척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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