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현

최영현에게

 

힘들고 어려웠던 고3 수험생활을 잘 이겨내고 어엿한 대학생이 되는 너를 보자니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구나. 지난주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음 달에 있는 대학입학식을 앞두고 있는 너는 엄밀히 말하면 학생이 아닌 청소년의 신분이라 할 수 있겠지. 불현 듯 3년 전 네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함께 했던 제주도 여행이 생각 나는구나.

그때도 너는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아닌 청소년의 신분이었지. 제주도 여행 2일차인가 3일차에 산을 좋아하는 아빠는 눈 쌓인 하얀 한라산을 등산하기 위해 떠났고 혼자가는 아빠가 외로워보였는지 너는 아빠의 길동무가 되어 함께 한라산을 올라 갔었지.

누나하고 엄마하고 산 밑에 있었으면 고생도 안하고 편했을텐데 너는 굳이 고생길을 택한 아빠를 따라 나섰고 그로인해 너는 왕복 10시간이 넘는 한라산 산행 길을 온갖 고생을 하며 올라갔었지.

하얗게 피어난 눈꽃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신비함에 빠져 넋을 잃고 있는 동안 발을 얼게 만들었고 백록담 정상에 부는 매서운 칼바람은 아직은 작고 가벼운 너의 체중을 날려 버리려는 듯 무섭게 불어 댔지만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아빠와 아들은 기어코 한라산 정상에 설 수 있었단다.

물론 한라산 정상에서 우린 아무거도 보지 못했단다. 10m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와 매서운 칼바람만 우리를 반겨 주었지. 그러나 아들아 너는 알고 있니? 그 날 그 순간이 아빠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단다. 아들과 함께해서 행복했고 함께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오를 수 있어서 행복했고, 아들이 최고의 악조건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정상에 우뚝 설수 있어서 대견하고 행복했단다. 아들아 이제 네 앞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운명의 문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당당히 문을 열고 들어가 맞서고 이겨내거라. 승리해서 기쁨을 만끽하고 패배에서 교훈을 찾아라. 결코 패배를 실패를 두려워 하지마라.

사랑한다.

 

2012년 2월 16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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