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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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도 부모님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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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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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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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이보배에게
양지 바른 마당의 들마루에 앉아 편지를 쓴다.
어느새 봄이 찾아 와서 바빠진다.
언니가 떠나가고 오빠가 떠나가고 너마저 떠나가니 집안이 휑하다.
집에 있을 때는 싸우기도 많이 했는데 새로운 둥지로 휙 가버리니 너무도 빨리 떠난다는 생각에 가슴도 아프다.
그래도 보배와 미향이가 내 친구가 되어주어서 행복한 마음도 든다.
난 여학교를 다닐 때 도서관에서 읽은 책 중에서 연세대학교 김형석 교수님이 쓴 책을 읽곤 했는데, 거기에 이런 글이 있다. ‘먹구름 위에도 태양은 빛난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먹구름이 꽉 낀 하늘처럼 암담해질 때가 참으로 많다. 그래도 묵묵히 자기의 위치를 지켜나가면 언제 그런 날이 있었냐는 듯이 태양은 더 없이 빛난다.
어쩌면 나도 이 말을 가슴속에 새겨 두었기에 막막한 날들. 너희를 보고 살아왔다.
너희들 웃는 모습이 좋아서였다. 내 인생에 파산 위기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었지만 그런 날들 밤에도 너희들이 잠들고 나면 일기를 썼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일기에는 너희 형제의 어린 날들도 기록이 되어있다.
스무 권이 다 되어가는 일기만 나의 보물이 되어있다. 너도 원하는 대학을 갔으니 마음껏 공부하고 즐겁게 살으렴. 세계가 원하는 일을 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며,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 우리 가족을 도와준 수많은 사람을 잊지 말아라. 그들이 없었으면 오늘의 우리도 없다.
2012년 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