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박도연

도연이에게

우리 아들!

이제 정말 다 컸나보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집에서 채 십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는데 이제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 멀리 집을 떠나서 생활해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도연아! 너 태어났을 때 시골에 사시던 친할아버지는 너무 기뻐서 동네잔치 하시고 술에 취하셔서 비닐하우스의 고추모종을 덮지 않으셔서 모두 얼려 죽으셨어도 마냥 좋기만 하다고 말씀하셨고

외할아버지는 큰 사람 되라고 너를 데리고 고궁의 옛날 태자들이 앉았던 의자에 찾아다니시며 사진 찍으러 다니시고 유모차에 태워서 관악산 정상까지도 다니셨는데 너는 모르지?

그렇게 넌 우리 가족의 기쁨이었다.

그래서 엄만 너한테 욕심을 많이 부렸던 것 같아.

초등학교 때는 남들처럼 경시대회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중고등학교때는 좋은 학원에서 공부해야 좋은 대학가고 그래야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러다 보니 너와 마찰도 많았었지.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럽지만 그땐 그게 최선인 줄 알았어.

니가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게 기다려 줬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하다.

이제 가족들과 떨어져서 생활하다 보면 혼자서 생각하고 판단해서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질 거야.

엄마처럼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있을 거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경우도 있을 거야.

어떤 결정이든 너를 믿고 응원하고 기다려 줄게 울 아들 파이팅!

우리 가족이 항상 너를 사랑한다는 거 잊지 마~

그리고 이틀에 한번은 집에 전화하는 것도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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