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학부 유경민

내 아들 경민이에게

 

이 세상에 네가 태어난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벅차고 그 때의 고통과 기쁨으로 입가에 미소가 흐르는 구나.

첫아이인지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에 배속에 있는 너를 위하여 엄마가 결혼할 때 비자금으로 가져온 일부를 지출해서 전집이나 단행본을 꽤 많이 구입했었단다.

어느 날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라도 오신다고 전화가 오는 날엔 그 많은 책들을 여기저기 숨기느라 비지땀을 흘리며 고생했고 집으로 돌아가신 후엔 다시 꺼내서 정리하고 네가 태어나기 전까지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양쪽 팔에 힘이 쭈~욱 빠지는구나. 네가 배속에서도 잘 듣고 있겠지라는 신념 하나로 밤낮 없이 읽어 주었고, 세상에 태어나서는 좋은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 엄마, 아빠가 아무리 힘들어도 잠들기 전에 꼭 책을 읽어 주었단다. 또한 의성어, 의태어를 예쁘게 색칠해서 여기저기 붙여놓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 23개월만에 한들을 깨우쳤단다. 초등학교 고학년때 가지만 해도 독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중학교 때 서서히 손을 놓기 시작하더니 고등학교땐 아예 책읽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구나.

어렸을 땐 마냥 이쁘고 착한 아들이엇는데 지금은 아빠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고, 가끔 엄마, 아빠와 의견 충돌로 인해 목리가 높아질 땐 너무 속상해서 엄마 핸드폰 프로필 사진을 너의 유아기때 모습의 사진으로 바꿔 놓는단다. 아들에 대한 좋은 생각만 하려고...

고3때 얼마만큼 힘들었는지 이해는 하지만, 엄마 생각엔 수능 끝나고 한달만 마음껏 놀고 그동안에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아직까지도 책 한권을 읽는 모급보다는 스마트폰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 안타깝기만 하구나. 수능 끝나고 대학생이 되었다고 인생은 여기에서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제 2의 인생을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자, 이제 본인의 인생에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라 생각된다. 알바, 핸드폰 사용, 음주가무에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고 독서하는 시간을 늘려서 하루에 30분씩이라고 책 읽는 습관을 들인다면 앞으로의 인생이 술~술 풀리는 좋은 예감이 드는구나.

한 권 읽은 사람은 두 권 읽은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한 번 생각한 사람은 두 번 생각한 사람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인생을 살면서 속상한 일이 찾아 올땐 많은 사람들이 친구들에게 술 한잔 하면서 털어놓고 마음을 달래곤 하는데, 순간 홀가분함은 느낄 수 있을지언정 해결은 절대 할 수 없는 법! 차라리 서점에 가서 책 한 권을 사서 보렴. 너에게 많은 깨달음과 지혜가 선물로 돌아올 것이다.

속상해서 하는 얘기는 친구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지 못하므로 너와 가장 가까이 있는 책 친구와 함께 하렴. 험란한 인생의 나침반과 망원경이 되어줄 것이다.

올해는 경민이가 신입생으로 선배의 도움을 받지만, 1년 후엔 선배가 되어 후배들을 도와주는 위치로 바뀌는데 후배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는, 독서의 전도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늘 독서하는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2013. 01. 18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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