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경

사랑하는 하경에게

이제는 너를 떠나보낼 시간이

이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구나.

엄마는 벌써 오래전부터 맘속으로 널

떠나보낼 준비를 하느라 늘 마음 한켠엔

분주하고 우울했었는데

그 시간이 점점 가까워오니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책도 눈에 안 들어 온단다

거실탁자 저쪽 끝으로 밀쳐진 책들을 볼 때 마다

어휴 저거 읽어야하는데 하는데 하면서도 선뜻 손이 안 갔던건

내 마음이 아직 정리가 되지 못한 까닭일게다

너를 생각하면 고 3년내내 늘 책상에 앉아있던 모습이

제일먼저 떠 오른단다. 거짓말처럼 남들다 하는

수능생 노릇을 한번도 안하고 이 엄마한테도 땡깡 한번 안

부렸던 너. 지금은 열심히 해준덕에 네가 원하는 꿈을 향해

좋은 출발을 하게 되었구나. 일단은 축하한단다.

그리고, 너는 늘 하던 습관대로 열심히 해주렴

어느새 이렇게 훌쩍커서 어떨땐 엄마의 친구처럼 또 어떨땐

엄마의 경쟁자로 그렇게 나를 제일 많이 닮은 내 딸이였는데...

이젠 성인이 되었으니 대학공부도 열심히. 책도 많이 일고 그래서

4년후엔 니가 원하는 너의 모교로 꼭 돌아올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하경아! 오늘은 너를 꼭 닮은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요즘 애들처럼 되바라진건 바라지 않지만 그래도

쬐금 아주 쬐금은 약아주렴 니가너무 숙맥이라 더 걱정이란다.

그래야 이 험한 세상도 잘 견뎌낼수 있을 테니까

사랑한다. 하경아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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