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웅

아들. 새삼스레 글을 써보려니 어색하구나. 이번에 적지 않았던 너의 반란으로 많이 당혹하기도 했고 섭섭하기도 했지.

그동안 엄하기만 하고 잘해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빠의 마음을 이해해 주려니 했는데, 많이 힘이 들어서 그랬는지 집 근처의 대학을 갈 수도 있는데 지방을 택해서 나가서 살겠다는 것이 엄마와 아빠는 많이 섭섭했었다. 엄하게 키워서 어느 곳에서도 잘못 키웠다는 말을 듣지 않을 정도라는 것에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본다. 아들아 새로운 세상에서 홀로 결정하고 앞을 보고 미래를 결정해 나가는 자랑스런 모습을 기대도 해본다. 집 떨어져 지낸다고 외로움에 많은 유혹이 도시라고 있지만, 우리는 항시 너를 믿고 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여 부모의 근심을 덜어줄줄 아는 너. 길이 아니면 바라보지도 않던 너. 그래서 지방을 선택할 때도 섭섭하기는 했지만, 선뜻 승낙할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작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어가며, 아버지와의 약속을 성실히 지켜나가는 너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간 섭섭했겠지 엄하기만 하고 야단만 치는 아빠의 모습에. 하지만 이 정도 이해해 달라 해야겠다.

장남으로 아버지를 이어 엄마와 동생 집안건사 해야 하는데 칭찬으로만 키울 수는 없었단다. 집 떠난지 이틀 너는 어떠한지 모르지만, 엄마와 아빠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허전함만 느껴지는구나, 잘 하겠지 하면서도 불안함은 어쩔 수 없구나. 잘해라. 잘 하리라 믿는다. 사랑한다 아들아. 언젠가 마음이 통해 술 한 잔 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시원스럽게 지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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