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솔

내 딸 김예솔에게

 

예솔아 그동안 잘 있었니?

네가 태어난 후 네 이름을 놓고 많이 고민했었어. 앵두같이 빠알간 입술에 귀는 쪽박같이 동그랗던 네가 평생을 지니고 살아야 하니까 말야.

그래서 지혜스러운 예 와 거느릴 솔 을 택했단다. 살면서 순간순간마다 네 이름처럼 긍정적인 주체로 자신 있게 나아가길 바라면서 말이야.

넌 매 순간 엄마 아빠의 기쁨이고 네 재롱은 경이로운 그 자체였어. 본능적으로 울고 웃고 먹고 잠자고 하던 네가 목적을 갖게 되면서부터 혼자 앉고 기고, 서고 걸음마를 뗄 때 마다 우린 흥분했지. 동생을 보고, 유치원에 노오란 가방을 메고 입학했던 앵두 입술 솔이가 어느덧 학업을 위해 타지로 떠난다니. 기특한 마음과 정비례로 착잡도 하다. 어린 시절 이후 뛰어나지 않았지만 속 안 썩히고 실망시키는 일도 없었지. 선생님 말씀을 뚜렷이 기억하고 친구들과 소리 내 웃을 줄 알고, 동생을 끔찍이도 보살펴 줬어. 항상 사진을 보면 언니인 네가 예진이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보고 있잖니? 그게 직장 다니느라 헤매는 엄마에겐 든든한 힘이었지.

그 시절 너희들의 귀여움을 잡아 놓을 수 없이 세월이 어느덧 널 스무 살 숙녀로 성장시켰네. 남과 다른 가정형편에 기죽지 않고, 빛나게 커준 빚을 엄마가 어떻게 갚을까? 부모의 이혼으로 얼룩진 네 마음의 상처를 말 안 해도 엄마가 왜 모르겠니? 그래서 지금의 네가 귀하고, 대견하고 고맙고 그렇단다. 예솔, 엄마 마음 알지?

네가 어디에 가든 어디서 살든, 잘 적응하며 좋은 인간관계 속에서 더 단단히 영글거라는 걸 믿어. 네가 한 발 짝 걸음을 디딜 때마다 환호하며 응원했듯이. 짙푸른 너의 대학 생활을 온 가슴으로 박수치며 네 뒤에서 격려할거야. 떨어져 살던 생활 속에서도 네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듯이 대학 생활 또한 네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과 올바른 심성으로 무사히 마치리라고 엄만 믿을게. 예솔, 엄마가 말했지? 넌 엄마의 배꼽이라고, 네가 웃으면 엄마는 더 크게 웃고 네가 아프면 그 아픔은 온통 엄마에게 스며 번지고 만다는 사실 늘 기억하고, 우리 많이 웃으면서 조금만 더 각자의 위치에서 힘내보자. 많은 사람들이 널 기억하고 널 응원하고 널 인정한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이니?

오늘 이 순간도 너의 삶이라는 한 권의 책 속에서 소중히 기억되는 한 페이지로 남길 바라며 우리 솔이 멋지게 화 이 팅!

 

너의 친구이자 엄마로부터

 

2012년 2월 16일 늦은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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