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예과 정기욱

내 아들 기욱이에게

 

아들아, 먼저 네가 가고 싶어하던 수의예과에 가게 된 것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렇게 네게 편지 쓰는 것도 처음이라 무슨 말부터 해야할이지 모르겠구나.

초등 저학년 때 다른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부모 떨어져 잘만 다녀오는 캠프! 넌 “엄마 덜어져선 보고싶어서 안 된다”며 울며 한사코 거절하더구나. 그땐 참 속상했지. 네가 너무 많이 약하고 여린 것 같아서...

그랬던 아들이 이젠 커서 집을 떠나 혼자 대학생활을 하려하는구나.

아들! 고맙다. 지금껏 크게 부모 속 썩이지 않고 잘 자라줘서. 그건 아버지도 마찬가지 생각이란다.

넌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피지에서. 피지에 도착하고서 배를 타고 처음 스노쿨링을 하던 날, 일행들 모두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처음이라 머뭇거리고 있는데, 기욱이 너가 과감히 가르쳐주던 강사를 따라서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더구나. 나를 포함한 선화, 애경이도 그제서야 용기를 얻어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재미나게 스노쿨링을 즐길 수 있었다. 어린 나이지만 넌 용기가 있었고 그런 네게 난 많이 의지하였구나. 엄마보다 영어를 잘 하는 네가 없었으면 피지를 겁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겠니? 급할 땐 너를 앞세우면 되니까.... ㅋㅋ

엄마 따라 여기 저기를 떠돌아 다니면서도 넌 어느곳에서든 잘 적응하고 그 곳에서 너의 자리를 만들어 나갔다. 대견하고 고마웟다.

기욱아! 이젠 좀 더 넓은 게강으로 너는 나가려 한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경험할 것이다. 실수하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 그러는 가운데 너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니까. 하지만 네 마음 속에 변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원칙이나 철학 하나 쯤은 있으면 좋겠다.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짓는다. 항상 1분 정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도록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과 좋은 책을 가까이 해라. 그 안에 네가 평생 살아갈 길이 있을 것이다. 좋은 교수님, 선배, 친구들! 그 사람들을 통해 네가 하나씩이라도 배울 것이다.

엄마, 아버지는 멀리서라고 너를 믿고 응원하며 기도할께! 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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